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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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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김 도 연 기자]

 

[비평] 김정숙 옷값 논란 “기밀?” “사비부담”
보수언론들 “세금이 어떻게 국가 기밀인가”
특활비 투명한 공개라는 원칙을 생각해야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 옷값이 논란이다. 국민의힘은 김씨 의상 등 의전비에 관해 “청와대 특수활동비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김씨 의상비가 특수활동비에 포함돼 있지 않느냐는 의혹이다.


정미경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28일 “김 여사 옷값이 국가 기밀이면 대통령 임기 종료 후 사들인 장신구, 옷, 핸드백 모든 것을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민민생대책위원회라는 단체는 김씨를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김씨의 고가 의상 구매가 국고 손실로 이어졌다는 주장이다.


▲ 문재인 대통령 부부의 모습. 사진=청와대.
“옷값이 기밀인가” “사비로 부담한 것”

이에 반해 청와대는 김씨 사비로 의상비를 부담했다는 입장이다. 신혜현 청와대 부대변인은 29일 오후 브리핑을 통해 “임기 중 대통령 배우자로서 의류 구입 목적으로 특활비 등 국가 예산을 편성해 사용한 적 없고 사비로 부담했다”며 “순방과 국제행사에서 지원 받은 건 기증하거나 반납했다”고 밝혔다.

신 부대변인은 “국가 간 정상회담이나 국빈 해외 방문 등 공식 활동 수행 시 국가원수 및 영부인으로서의 외부 활동 및 의전 비용은 행사 부대 비용으로 엄격한 내부 절차에 따라 최소한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외교·안보 등 사유로 구체적 공개가 어렵다는 것을 빌미로 무분별하게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는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방송인 김어준씨도 29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박근혜 정부 말 특활비로 의류 등을 구입한 건이 워낙 크게 문제가 돼 문재인 정부는 취임 초기부터 김 여사 의류 등은 김 여사 개인카드로 구매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며 “사비로 구입한 것을 무슨 근거로 공개하라고 하느냐”고 반박했다.

 

김씨는 전날 방송에선 “왜 이런 뉴스가 갑자기 폭주하느냐. (노무현) 논두렁 시계 시즌2 간을 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2009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당시 ‘언론 플레이’가 연상된다는 것이다.



▲ 김정숙 여사의 모습. 사진=청와대.
“세금이 어떻게 국가 기밀인가”

보수 언론들은 의혹에 힘을 싣고 있다. TV조선 ‘뉴스9’은 28일 “군 장병들과 식사하는 김정숙 여사 가슴과 팔에 금빛 장신구가 번쩍인다”며 “영화 관람 때 착용한 표범 모양 브로치는 2억 원이 넘는 명품 제품인지, 2만 원짜리 모조품인지를 두고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고, 김 여사가 공개석상에서 입은 옷만 최소 178벌, 액세서리는 200여개라는 누리꾼들의 분석까지 나왔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청와대가 최근 김 여사 의전 비용 등 특활비 지출 내역을 공개하라는 행정법원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며 “국가 안보 등 민감한 사항이 포함됐다는 게 청와대의 거부 사유인데 문 대통령 퇴임 뒤 관련 정보가 대통령 기록물로 지정되면 항소심 판결이 나와도 최장 15년간 국민들은 알 권리를 잃게 된다”고 우려했다. 조선일보도 29일 “대통령 부인 옷값에 든 세금이 어떻게 국가 기밀이 될 수 있나”라고 사설을 썼다.


▲ TV조선 28일자 리포트 화면 갈무리.
이번 논란은 청와대가 자초한 면이 분명 있다. 법원은 지난달 10일 한국납세자연맹이 대통령 비서실장을 상대로 제기한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납세자연맹은 2018년 3월 청와대를 상대로 △문 대통령 취임 이후 특수활동비 지출 내용의 지급 일자, 금액, 수령자, 방법 △김정숙 여사 의상·액세서리·구두 등 품위 유지를 위한 의전 비용에 관한 정부의 예산 편성 금액 및 지출 실적 등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대통령비서실에 편성된 특수활동비의 세부 지출 내용에는 국가안전보장·국방·외교관계 등 민감한 사항이 포함돼 있어 이를 공개하면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청와대 판단과 달리 재판부는 특수활동비 및 의전 비용 내역 가운데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 △국내가 아닌 외국 정부, 외국인 등에 관한 내용 △특활비 지급 사유 등을 제외한 부분에 대해선 청와대의 비공개 결정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에 불복한 청와대는 항소한 상태다. 문 대통령이 5월 퇴임하고 관련 자료가 ‘대통령 지정 기록물’이 되면 15년간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보수진영의 반발이 거세다.

법원 “靑 특활비 비공개 결정 위법”

특활비 집행 내역 공개가 필요하다는 공감대 만큼은 보수·진보언론 모두에 형성돼 있다.

보수 신문뿐 아니라 한겨레도 지난달 15일자 사설(“정부기관 특활비, ‘닥치고 비공개’ 관행 바꿀 때 됐다”)에서 “특활비는 기밀 유지가 필요한 정보, 수사, 외교, 안보, 경호 활동 등에 사용할 수 있는 ‘특수 목적’의 경비를 말한다. 청와대, 검찰, 국세청, 국회, 대법원 등 국가 주요 기관들에 배정된다”며 “이들은 ‘기밀 유지’를 내세워 사용 내역 공개를 번번이 거부해 왔다. 외부에서는 사용 내역이 정말 기밀에 해당하는지조차 알 길이 없다. 이런 불투명성 탓에 특활비는 늘 논란의 대상이 돼 왔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납세자연맹이 문 대통령 부부 의전 비용 등을 공개하라며 낸 소송에서 일부 승소한 데 대해서도 “청와대 자료는 문 대통령 임기가 끝나면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돼 한동안 공개가 불가능해진다. 청와대가 항소하면 1심 판결이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라고 우려한 뒤 “공공기관 정보는 국익 저해 등 합리적 이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공개하는 것이 옳다. 세금으로 만들어진 예산 씀씀이와 관련된 내용이라면 두말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 한겨레 2월15일자 사설.
박일근 한국일보 논설위원은 29일 칼럼에서 “세금을 낸 국민이 사용 내역을 원한다면 소명하는 게 마땅하다. 지난해 영수증 없이 현금으로 사용된 국가 특활비는 1조 원이나 된다”라며 “이제 의혹을 잠재울 유일한 길은 정보를 떳떳이 공개하는 것이다. 거부할수록 도대체 뭘 숨기려고 그러냐는 의심만 살 뿐”이라고 지적했다. 

박 위원은 “한국 최고 지도자 부인의 품격을 유지하기 위해 외교상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까지 문제 삼을 만큼 각박한 국민 정서도 아니다”라며 “비공개가 관행이었다고 하더라도 이젠 법치 국가의 수장으로 법원 판결을 존중하고 따르는 게 옳다. 두려울 게 없다면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